영화 `미러클` 흥행 돌풍
80년 올림픽 금메달 미국 아이스하키팀 영화화
최강 소련꺾는 '기적' 다시 느껴보자 극장몰려
'은반의 기적을 은막의 기적으로.'
지난주 북미지역에서 개봉한 영화 <미러클(miracle)>이 개봉 첫 주에 194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박스 오피스 2위에 오르는 등 예상 외로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러클>은 '레이크플래시드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1980년 동계 올림픽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실화를 영화로 옮겨 놓은 것. 1980년 미국 하키 대표팀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축구 대표팀의 2002년 월드컵 4강에 비견할 만한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레이크플래시드의 기적'을 20세기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내는 기적을 이룩한 것처럼, 무명의 배우들로 촬영된 영화 <미러클>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미국 언론들은 '은반의 기적이 은막의 기적'으로 실현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소련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20대 초반의 미국 대학생들이 '소비에트 레드 머신'이라 불리는 무적의 소련 하키 대표팀을 이기고 금메달을 차지한 사건은 베트남전 패배와 경기 침체 등으로 의기소침해 있던 미국인들에게 특유의 애국심과 '미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북미하키리그(NHL)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금지되던 시절,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대학생들로 구성된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끈 주인공은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허브 브룩스. 지난해 8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그는 미국 하키계에서 '자존심'으로 불린다. 브룩스 감독이 북미하키리그 드래프트에 지명조차 받지 못한 '3류'들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조련해 내 기적을 일으키는 과정이 <미러클>의 중심 스토리다.
소련 하키 대표팀은 당시 올림픽 5연패를 이룩했으며 '이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골을 넣고도 미소조차 짓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수준 차가 나는 양팀 전력. 미국 대표팀은 올림픽 개막 이전의 평가전에서 10-3의 참패를 당하기도 했다.
올림픽 이전에 모든 미국 하키팬들은 제발 '불구대천의 원수'인 소련에 망신만 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미국 대표팀은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일궈냈다, 준결승에서 4-3으로 소련을 격침시키는 기적을 이룬 것.
'미러클'이란 말은 당시 TV 중계를 하던 CBS 아나운서 알 마이클스의 말에서 비롯됐다. 그는 1980년 2월 22일, 3-2로 뒤지던 미국이 2골을 뽑아내 4-3으로 역전시킨 3피리어드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여러분 기적을 믿습니까? 예!(Do you believe in miracles? Yes!)"라는 멘트를 했고 미국 전체의 유행어가 됐다.
<미러클>의 흥행돌풍은 하키팬들 때문이라기보다는 영화가 극도로 '미국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김정민 기자<kjm@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