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나 축구처럼 아이스하키에도 빅리그가 있다.
세계 아이스하키의 3대 리그로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와 체코 엑스트라리그, 그리고 러시아 슈퍼리그가 꼽힌다.
순수 국내 실업팀 출신 선수는 그 누구도 빅리그 빙판을 밟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수년 안에 아이스하키계의 ‘박찬호’(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나 ‘박지성’(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주인공은 안양 한라의 대표 골잡이 송동환(26)이다.
175cm의 키에 77kg의 몸무게. 송동환은 보디체크 등 몸싸움이 극심한 아이스하키 선수로는 다소 왜소한 체격이다.
그러나 그는 한 발 빠른 스피드와 순발력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선수도 ‘NHL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가 아니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와 개인기를 자랑했던 ‘러시안 로켓’ 파벨 부레(러시아)가 그의 우상이다. 부레가 NHL 밴쿠버 시절 달았던 등번호 96번을 그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달고 있다.
그는 얼마 전 한국 일본 중국 3개국 9개 팀이 참가하는 아시아리그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100포인트(골+어시스트)를 돌파했다.
이제는 한국 선수 최초의 득점왕이 목표다. 송동환은 18일 오지와의 일본 원정 경기에서 3피리어드에 한 골을 추가해 이번 시즌 29골로 득점 선두를 굳게 지켰다. 2위 그룹과는 2골 차. 현재의 페이스대로라면 사상 첫 득점왕이 유력하다.
체코 엑스트라리그의 여러 팀을 맡았던 오카다 베보다(체코) 안양 한라 감독은 요즘 입만 열면 “송동환의 실력이면 언제든 체코 리그에서 뛸 수 있다”고 말한다. 송동환 역시 “기회만 된다면 몸싸움이 거친 NHL보다는 기술 하키를 구사하는 체코나 러시아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이스하키계의 변방이다. 월드 챔피언십 16개국과 디비전Ⅰ(12개국) 밑의 디비전Ⅱ 소속이다. 그러나 송동환의 맹활약 속에 안양 한라는 디비전Ⅰ의 일본 선수가 대거 포진한 일본 팀과의 대결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송동환은 “지난 시즌 상도 못 받으면서 시상식에 참가했다. 올해는 다르다. 반드시 득점왕에 올라 떳떳이 시상식에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송동환은…
△생년월일=1980년 2월 4일 △체격=175cm, 77kg △출신교=경복고-고려대 △별명=코리안 로트 △주요 경력=2003년 코리아리그 5관왕(정규 시즌,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최다 득점, 최다 포인트, 베스트6), 2003년 일본리그 올스타전 MVP, 코리아리그 MVP 3회 및 득점왕 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