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네이버를 여는대, 대문에 짤막하게 스틱을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이 있어서 무심코 클릭을 해보니
내용이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요....
남선숙선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펌내역]
암투병 중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남선숙
28살에 태극마크 달고 넉 달만에 암 판정
"올해 말엔 빙판 서서 멋진 골 넣을거예요"
아이스하키 여자 국가대표팀 센터 포워드(중앙공격수) 남선숙(29)이 서 있어야 할 곳은 빙판이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분당서울대병원에 있다. 꿈꾸던 국가대표 유니폼을 받고 '늦깎이 대표'가 된 그녀는 선발 넉 달 만에 말기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안동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2002년 서울로 올라와 인터넷 교육콘텐츠 업체에 취직했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면서 하키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아이스하키클럽 레푸스(Lepus)에 가입한 그녀는 뭔가에 홀린 듯 얼음을 지쳤다.
1m53의 단신이지만 그녀의 스케이팅은 빨랐다. 클럽 남자들 틈에서 퍽을 치는 모습이 여자 국가대표팀 김익희 감독 눈에 띄었다. 김 감독은 "스케이팅이 굉장히 빠르고 퍽을 다루는 센스가 좋았다"고 했다. 대표팀에 발탁된 것이 지난해 6월. 하키 스틱을 잡은 지 4년 만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은 28세의 나이에 태릉선수촌 문턱을 넘었다.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릴 적에 스포츠와 담쌓고 살았던 제가 어느 날 국가대표가 된 거예요. 꼭 꿈을 꾸는 것 같았죠."
그녀는 대표 생활을 하면서도 클럽활동을 빼먹지 않았다. 오후 9시30분에 대표팀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클럽으로 달려가 자정까지 스케이트를 탔다. 동료들은 "너 아이스하키 환자냐"고 놀렸다. 그럴 때면 "아이스하키는 건전한 마약"이라고 대꾸했다. 한번 맛보면 끊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초, 대표팀 훈련 중 갑자기 배가 아파서 병원 응급실로 갔고, 믿을 수 없는 진단을 받았다. 위암이었다. 이후에도 그녀는 훈련장에 나갔다. 코치들이 달래서 집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스케이트를 신게 해 달라"고 졸랐다. 마지막으로 빙판에 선 것이 10월 14일. 2주일 뒤에는 수술을 받고 위 전체를 도려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지금 그녀는 4번째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이스하키인들도 온정을 모아 수술비를 보탰다. 이달 10~16일 춘천 의암빙상장에서 열리는 전국 초중고아이스하키대회에는 '무인가판대'도 등장했다. 그녀를 위한 모금활동이다.
대표팀 센터 포워드로 3경기를 뛴 그녀의 골 기록은 아직 '제로(0)'다. 그녀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했다. "명색이 중앙 공격수인데 골이 없으면 체면이 서나요. 좀 기다려 보세요. 올해 말에는 다시 빙판에 설 거고, 꼭 골을 기록할 테니까요."
그녀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거위의 꿈'으로 바꿨다. 인순이가 "그래요, 난 꿈이 있어요, 운명의 벽을 넘어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어요"라고 열창하는 그 노래다.
'선숙의 꿈'은 뭘까? 그건 다시 빙판에 서는 것, 멋진 슛으로 네트를 뒤흔드는 것, 그리고 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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