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기분 좋은 일을 말하고 싶은데 주위에 공감해 주는 분들이 없어 여기에 올려봅니다.
(수다 떨고 싶어서 올리니 글이 길어지네요. 용서해 주시길)
저희 아이는 이번 봄까지 Squirt (02-03년생)에서 뛰고, 가을부터는 (01-02년생) 리그인 Pee Wee 일년차가 되기에, 지난 주에 Pee Wee travel team에 tryout을 통해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하우스리그와는 다른 세상이더군요.
작년 4월에 하키스케이트를 처음 시작했고, 모두들 1년만에 Pee Wee A팀에 들어가는 것이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하더군요. 5%정도나마 "혹시나"하는 맘으로 했지만, 역시나 Pee Wee B팀에 뽑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쉬우면서도 길게보고 인내력을 가지자고 스스로 위로했죠.
travel team은 9월부터 참가라, 좀더 준비를 해야겠다해서 현재(Spring season 2013)는 아래와 같이 연습하고 있습니다.
월/수/금- Power Skating & Stick Handling clinic참여
주말 - House League 3개 (Squirt 1개 팀 + Pee Wee 2개 팀)
지난 주말에 Squirt 하우스 리그 (솔직히 자랑할만한 레벨은 아닙니다만 -_-;) 경기에서 수비수로 나갔습니다.
6개월 전에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는 스케이트 속도가 20명 중 7~8등 수준이었고, 처음으로 팀에 소속되었습니다. 여러 주위분들의 조언으로 스케이트 훈련에 집중을 했더니, 지금은 팀에서 가장 빠른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래봐야 다음 시즌 Pee Wee B 수준에서는 중간 정도 속도로 보이더군요)
미국 부모들은 저에게 너무 무리해서 아들 하키시킨다고 했지만, recreational 하게 하는 아이들의 기준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1주일에 4~5일을 스케이트 장에 다녔습니다(한국사람 기질 때문일까요? ㅎㅎㅎ). 지난 주 게임 전까지는 하키를 시작한지 일년도 채 안된 아이이고 열심히 하니 주변에서 미국 부모들도 칭찬과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못하는 아이라서 그런 면도 있었죠. 다른 미국 아이들은 하우스리그라고 해도 한두시즌 뛰어본 아이들이었고, 처음하는 건 제 아들까지 두세명 뿐이니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동기 부여하기 위하여, 수비수이지만 골 넣으면 1골당 $10 용돈을 주겠다고 한게 화근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첫 하우스리그에서 시즌 내내 1골만 넣었던 아들이었으니 안심했죠. 녀석도 수비수라는 생각에 아직 공격에 개념이 약한 초보이니까요.
그런데, 엊그제 10대 6으로 이기는 게임에서 4골을 혼자 몰아서 넣었습니다. 아이들 수준이 높지 않으니 패스로 넣은 것 보다는, 아들 녀석이 자기 쪽 골대 뒤에서부터 혼자서 드리블로 다 제끼고 가서 그래도 폼나게 슛해서 넣더군요.하나 넣을 때는 '왠일로?' 했는데, 3골 넣을 때는 제 입이 귀에 걸리더군요.
하우스 리그이고 아이들이지만 지난 6개월동안 열심히 데리고 다닌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4골 1어시스트로 $40 용돈을 아들에게 뜯기면서도 기분이 좋더군요.
아직도 그 흥분이 가라 앉지 않네요.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초보 아이들 하우스 리그지만 초보 하키아빠의 기분 좋은 자랑질 너그럽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또 좋은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추신 1*
게임후 락커룸에 들어가면 그날의 선수(Man of the Match)에게 게임퍽을 주는데 아들 녀석이 받아왔길래, 하얀 테이프를 붙여 '첫 해트트릭'이라고 날짜와 함께 써서, 기념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근데, 참 사람이란 웃긴것이, 이전까지는 아들녀석이 그렇게 눈에 띄게 잘하는 아이가 아니어서 모두가 격려해주는 분위기였는데, 겨울시즌과 봄시즌 중간 쉬는 동안 집중적으로 스케이트 속도가 올라가서 이제는 squirt 팀 친구들 중에서는 월등하게 앞서가니, 미국 부모들의 분위기가 이전만큼 웰컴한다는 느낌이 줄어들더군요. 만만해 보일 때는 편했는데, 너무 티나게 성장해 버리니 경계하는 느낌이 있네요.
그래도, 같이 travel team tryout 준비한 한 미국아빠와 저 둘이서는 양쪽집 아이들이 다 같은 travel 팀에 뽑혀서 기분 좋아하는 분위기를 크게 내색도 못하는 뻘줌한 상황이 되었네요.
* 추신 2 *
이번 여름에는 다가올 가을 Pee Wee 리그에서 잘 하려고, (실력이 급성장하면 12월 전에도 A팀으로 승격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아니면 내년 tryout에라도 A or AA로 갈려고 목표를 삼고)
월~금 Full Day 하키캠프를 9 weeks를 신청했습니다. 여름 내내 시원한 아이스 링크에서 책도보면서 (유학생이라서) 아들 하키하는 거 따라다닐 생각하니 즐겁네요. 등록을 여름 전체를 다하면서 직원에게 "우리처럼 모든 캠프를 다 등록하는 아이는 드물지?"라고 물었더니, 직원 대답이 "아니. 여름 내내 등록한 얘들 많아"라고 해서 다시 한번 미국의 하키의 생활화에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