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이호정-장나라 닮은 여친 너무 예뻐요

by 관리자 posted Jan 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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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자 텔미섬싱-이호정] 장나라 닮은 여친 너무 예뻐요  
[스포츠, 스포츠종합] 2003년 01월 10일 (금) 11:57

까맣고 동그랗게 생긴 고무공이 있다. 지름 7.62㎝ 두께 2.54㎝ 무게 170g으로 60분 동안 빙판 위를 정신없이 미끄러져 다니는 이 공은 ‘퍽’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얼마 전 꽃다운 나이의 젊은 선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 무시무시한 ‘퍽’. 하지만 이 선수에게는 새해 벽두 커다란 상을 안겨준 고마운 존재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2002강원도컵 한국아이스하키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3골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MVP를 수상한 이호정(27·한라위니아).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오는 2월1일 개막하는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을 위해 12일 태릉선수촌에 입촌한다. 다시 고된 훈련을 앞두고 오랜만에 모교 고려대를 찾은 이호정을 만나봤다.
■“아이스하키 선수라고 하면 아무도 안 믿어요.”

불가리 향수를 살짝 뿌렸고 왼쪽 귀에는 작은 귀고리가 달려 있다. 여기까지만 묘사하면 전형적인 멋쟁이 아이스하키 선수라고 짐작하기 십상. 하지만 캠퍼스에서 만난 이호정은 만약 대학생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면 도저히 찾아내기 힘들었을 성싶다. 아이스하키 선수로 생각되지 않는 왜소한 체구에 멋이라고는 모를 것 같은 평범한 고등학생 같은 모습. 거기에다 부끄러움까지 탄다. 시끄러운 나이트클럽도 싫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강남도 거의 가본 적이 없단다. 튀는 게 싫다더니,그렇다면 도대체 귀고리는 왜 했을까? “사실 이것도 너무 어색한데요,여자친구가 혈액순환에 좋다고 해서요.” 또 얼굴이 빨개진다.

■“추운 것도 싫고 부딪치는 것도 싫지만….”

광운초등학교 때 반대표 축구선수였던 그는 작은 체구로 운동장을 휘젓고 다녀 아이스하키팀 코치의 눈에 단박에 들었다. 교사 집안에 28대 종손. 어른들은 귀한 자식이 허구한 날 얼음판에 넘어지고 몸으로 부딪쳐 싸워야 하는 운동을 한다는 게 영 마뜩찮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호정은 보성중 1년 때 일찌감치 청소년 대표에 뽑혔고 ‘빠르고 센스 있는 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년 전 세계선수권에서는 집채만 한 외국선수들 사이를 비집고 날아다니다시피 해 매일같이 도핑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약을 먹지 않고는 저렇게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없다”는 게 대회 관계자가 밝힌 이유였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가장 싫어하는 건 추운 것과 몸을 부딪치는 것. 1년 중 10달을 추운 링크에서 살고 수도 없이 보디체크를 해야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들을 견디는 이유는 세상에서 아이스하키가 제일 좋기 때문이다.

■“장나라 닮은 여자친구,예뻐 죽겠어요.”

인터뷰를 하다가도 10분이 멀다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여자친구가 곧 오기로 했거든요.” 장나라를 닮았고 자신보다 키가 큰 여자친구 박지은씨는 이호정보다 5살 연하. 사진촬영을 하면서도 “여친이 사진찍을 때 웃지 말래요,바보 같다고” “여친이 신문에서 자기 이름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끊임없이 여자친구 얘기다. e메일 주소도 jelovehj0910@daum.net. 두 사람 이름의 이니셜과 ‘love’,사귀기 시작한 날을 꼬박꼬박 다 챙겨넣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헤어졌는데 어떤 차가 옆에 쌩 하고 오더니 운전석 창문이 쓱 내려간다. 이호정과 그의 여친. “제 여자친구예요,예뻐요? 예쁘죠?” ‘여친자랑 콘테스트’가 있다면 당장 1위를 주고 싶어졌다.

■“일본에 진출하는 첫번째 한국선수가 될 겁니다.”

별명이 ‘유재석’이다. 개그맨 유재석과 닮아서이기도 하지만 성격도 그만큼 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빙판 위에서는 딴판이다. 약삭빠른 두뇌플레이를 잘해 동료 선수들이 ‘얍삽이’라고 부를 정도. 팀 선배들은 “만약 네가 다른 팀에 있었다면 너무 얄미워서 매일 때려줬을 것”이라고 한다. 작은 체구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려야 했고 남들보다 몇 배 더 땀을 쏟아야 했다. 헬멧부터 스케이트까지 20㎏이 넘는 장비를 몸에 얹으려면,최고시속 200㎞로 날아드는 퍽을 온몸으로 막아내려면,그 작은 체구를 끊임없이 단련시켜야 했다. “아시아 최강인 일본에 진출한 한국선수가 이제껏 한 명도 없거든요. 제가 첫 테이프를 끊고 싶어요.” 수줍게 웃지만 안경 너머로 두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호정 프로필

▲생년월일=1976년 12월2일 ▲키·몸무게=170㎝·68㎏ ▲혈액형=A형 ▲출신교=광운대부속초-보성중-보성고-고려대 ▲실업팀 경력=99년 한라위니아 입단 ▲포지션=포워드 ▲국가대표 선발=95년∼현재 ▲주요 수상경력=94아시아·오세아니아 Jr.선수권대회 MVP,2002강원도컵 한국리그 MVP 외 다수 ▲가족관계=이유선(65) 배덕덕(59)씨의 1남1녀 중 막내

/조범자 anju1015@sportstoday.co.kr


---기사출처 -스포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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