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을 낳은 사람들

by [34] sarusa posted Feb 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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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낙후된 국내 여자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공은 있는 것 아닙니까.”

일본 아오모리(靑森)에서 열리고 있는 제5회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여자아이스하키팀이 거둔 부끄러운 성적이 보도되자 대한체육회의 한 간부는 5일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 0-21, 중국에 1-30, 북한에 0-10, 카자흐스탄에 0-19로 지다 몰수패. 4경기에서 1골을 넣고 무려 80골을 먹었다면 어른과 어린아이의 싸움이나 다름없다. 이쯤 되면 체육 행정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 간부로서 책임감을 느낄 만도 한데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이 딱하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있다. 선수단 22명 가운데 중학생이 3명, 스틱을 잡은 지 1년이 채 안된 선수가 80%나 되는 게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다. 대패할 줄 알면서도 대회를 앞두고 억지로 팀을 급조해 무리하게 출전시켰으니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대한체육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력향상위원회는 대표선수들의 경기력을 검증하고 국제대회 파견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 전력이 외국의 동호인 수준에도 못 미치는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선수단 내부에서 터져 나오자 태릉선수촌의 한 간부는 “가능성 있는 종목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능성도 없고 지원할 의사도 없는 종목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면 대한체육회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체육계 일부에선 탈북 선수 황보영을 앞세운 이벤트성 효과에 집착한 나머지 앞뒤 가리지 않고 ‘무늬’만 대표팀인 팀을 만들어 파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자아이스하키는 국내에 팀이 하나도 없을 만큼 여건이 열악하다. 따라서 먼저 해야 할 일은 국제대회 출전이 아니라 저변 육성이다. 내실을 다지지 않은 채 전시효과만 노린 여자아이스하키팀 파견은 결과적으로 스포츠 강국이라는 한국의 자부심에 큰 오점을 남겼다. 또 열정 하나만으로 대회에 참가한 어린 선수들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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