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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 심는 아이스하키 전도사 김성수

by 관리자 posted Feb 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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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피플] 꿈나무 심는 아이스하키 전도사 김성수  
[사회] 2003년 02월 25일 (화) 11:01

21일 밤 9시. 경기도 고양경찰서 뒤편 아이스링크로 들어서자 열댓명의 아이가 눈에 띈다. 빙판을 달리는 몸놀림이 날렵하다. 늠름함도 엿보인다. 한쪽 손에 스틱을 꼬나든 모습이 딱 '꼬마 전사'다. 이들은 '이글스 어린이하키 클럽'(www.eagles-hockey.com) 소속 회원이다. 대장은 94년까지 근 5년 동안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한 김성수씨(32)다.


"도저히 링크를 잊을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를 도와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꾸준히 준비한 끝에 지난해 이글스 클럽을 창단했지요. 링크로 돌아오는 데 꼬박 3년이 걸렸어요."


김감독은 98년 선수생활을 접었다. IMF 외환위기로 소속팀 석탑건설이 해체돼서다. 남녀 액세서리를 만들어 수출했다. 수입이 솔찮았다. 한데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눈만 뜨면 아이스링크가 어른거렸다. 더구나 현역에서 은퇴한 후배들의 어려운 사정이 마음에 걸렸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달리 살아갈 방도가 막막한 그들을 볼 때면 자기 혼자만 등 따습게 지내는 듯싶어 미안했다.


공존할 방안을 찾아나섰다. 클럽 운영이 떠올랐다. 하키가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으면 '꿈나무' 양성은 물론 후배들의 일자리 창출도 동시에 해결되기 마련. 일석이조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아이스링크가 없었다. 대여가 가능하다 싶으면 사용료가 너무 비쌌다. 주말은 황금시간대여서다. 때마침 수원에서 링크가 나와 연고가 없는 그곳으로 무조건 내려갔다. 국가대표로 같이 뛴 강재훈(32) 홍정환(32) 이종훈(30) 이동훈(28) 등 동료·후배들을 불러모았다.


"맨땅에 헤딩하기였어요. 회원 확보가 정말 어렵더군요. 하루에도 서너번씩 절망을 맛봤어요. 그래도 하키 불모지를 개척한다는 자부심에 하루하루를 살았죠."


좌절감은 희망을 일군 씨앗이었다. 2001년 1월 수원 레드이글스가 닻을 올린 지 5개월 만에 분당 화이트이글스를, 10개월이 지나며 일산 블루이글스를 각각 출범시켰다. 올 9월에는 상계동에도 클럽이 들어선다. 현재 레드에는 30명, 화이트에는 10명, 블루에는 17명이 회원으로 뛰고 있다. 만 7∼13세 사이의 이글스 회원들은 매주 금·토·일요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강습을 받고 실전도 즐긴다.


"훈련할 때 꽤 엄격한 편인데도 아이들이 아주 잘 따라요. 자기들끼리 유대감이 형성돼서인지, 먼곳으로 이사를 가도 탈퇴하지 않고 다녀요. 특히 여자애들의 열성은 대단해요."


일단 맛을 보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것이 하키다.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퍽에 혼신을 쏟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체력은 자연스레 강인해진다.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뀐다.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라는 애들도 많단다. 이처럼 매력덩어리인 하키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배경은 간단하다. 하키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다.


"방송·신문 등 언론이 경기를 다루지 않아요. 사고나 발생해야 취급해요. 그 바람에 하키는 위험한 운동이라는 편견만 심화시키죠. 사실 하키는 축구나 농구보다 몸싸움이 적거든요. 부상 빈도도 낮죠."


편견과의 투쟁, 김감독이 풀어가는 숙제다. 하키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등식도 깨야 한다. 사실 하키장비는 50만원 내외면 해결된다. 공장도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해서다. 클럽 회원료도 월 15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아직 하키를 돈 많이 드는 고급운동쯤으로 여기는 시각이 엄존한다.


재정적인 문제도 하루빨리 넘어야 할 산이다. 김감독은 물론 코치들 모두가 생계문제로 낮에 직장에 나간다. 꿈나무를 키우고 하키의 생활화를 일궈낸다는 명분이 '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실 앞에서 김감독도 간혹 '바람 앞의 촛불'이 된다. 그때마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야. 일어서"를 주문처럼 외운다.


행진은 계속됐다. 지역 연고제에 바탕한 이글스 정기리그 개최를 향해 오늘도 달려간다.  

강근주 기자 joo@hot.co.kr

-자료출처 굿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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