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스포츠] 2003년 03월 26일 (수) 11:33
(보스턴 =연합뉴스) "관중이 면화 솜을 던지면서 흑인은 아이스하키 링크가 아닌 목화 밭에나 가서 일하라는 야유를 던질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두 눈을 질근 감고 버텼습니다." 지난 1950년대 후반 백인들만의 스포츠였던 아이스하키판에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뛰어들어 온갖 차별과 냉대를 받았던 오리(65)가 데뷔 45년만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레스터 패트릭'상을 26일(한국시간) 수상했다.
캐나다 뉴브런즈윅 태생인 오리는 5살때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은 뒤 13세에 프로아이스하키선수가 되기로 맘먹고 캐나다 마이너팀 `퀘벡 에이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오리는 드디어 NHL구단인 보스턴 브루인스로부터 입단제의를 받게됐고 1958년 1월 18일 간신히 데뷔전을 치렀지만 백인 팬들의 거센 반발로 주전으로 뛰지 못한채 선수생활을 접었다. 오리는 "나를 영입했던 브루인스 관계자가 인종차별을 겪을 수 있지만 신경쓰지 말라고 격려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 말이 내게 빙판을 뛸 수 있는 힘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종차별을 묵묵히 참아내던 오리에게도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일부 백인들은 오리가 출전하면 경기장에 검은 고양이를 내던지고 면화 솜을 뿌리며 "백인들이 노는 자리에 끼지 말고 흑인은 목화 밭으로 돌아가라"고 야유를 퍼부어 어린마음에 큰 상처를 입혔다.
'아이스하키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NHL기치를 뒤늦게 깨달은 협회는 오리가 빙판에서 평등실현을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해 공로상과 더불어 그의 이름을 딴 장학금까지 제정키로 했다.
냉대받던 선수 시절에 `레스터 패트릭'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 백인들의 웃음거리가 됐던 오리는 멀고도 험한 길을 돌아 45년만에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뤘다. president21@yna.co.kr (끝)
자료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