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스하키 중등클럽팀 ‘여전사’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당당하게 자세를 잡았다.
왼쪽부터 김민재(과천 위니아), 홍성은(윈터 프렌즈), 신소정(과천 위니아), 강세리(윈터 프렌즈).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퍽’치고 ‘퍽’ 막고 남자애들과 “몸싸움도 자신”
“거친 경기가 좋아요~. ”
아이스하키 중등클럽팀에서 남자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며 운동의 묘미를 만끽하는 여전사 4명이 있다. 과천 위니아의 신소정(15) 김민재(14), 윈터 프렌즈의 강세리(15) 홍성은(13)이 바로 그 주인공들. 국내 9개 중등클럽팀을 통틀어 4명밖에 없는 여자선수들이다.
초등학교부터 스틱을 잡은 이들은 모두 팀의 어엿한 주전이다. 특히 골리(수문장)인 신소정과 홍성은은 아이스하키 여자국가대표다. 9년 경력의 신소정은 대표팀에서는 북한 출신 황보영(26·14년차) 다음으로 오랜 경력을 자랑하고 있고, 올해 처음 국가대표가 된 홍성은은 가장 어리다.
“남자애들이 친 퍽을 막아내면 ‘너네는 나보다 아래에 있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겨요”, “가끔 남자애들이 우습게 보고 ‘그래봤자 네가 여잔데’라는 식으로 들이받고 욕도 해요. 그러면 저도 오기가 생겨서 맞받아서 심하게 욕도 하고 몸싸움도 걸어요”…. 이들 4인방은 남자들과 같이 경기를 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클럽간 경기는 주로 주말에 있어 즐겁게 운동하고 공부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밤 10시~11시에 훈련해도 아무도 훈련에 안 빠져요.”
그러나 중학생이 돼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들에게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겨났다. 진로가 문제다. “남자애들은 고등학교-대학교 팀이 있어 계속 운동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해요. 계속 운동할 수 있도록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신소정의 간절한 바람이다. 김민재와 강세리도 “고등학교는 클럽팀도 없어 정식경기를 못한다”며 못내 아쉬워한다.
지금껏 단 한번도 아이스하키를 그만둘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전문 선수로든 취미로든 아이스하키를 계속하고 싶다는 이들. “지금껏 클럽팀이 있어 여자이지만 선수로 뛸 수 있었어요. 승부에 대한 부담없이 운동도 하고 공부도 같이 할 수 있는 클럽팀이 좀더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한겨레신문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 han40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6-01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