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Kiss&Cry Zone] 인라인하키 '국대'를 아시나요?
거의 아이스하키 출신, 열악한 환경 속 '열정' 하나로 스틱 놓지않아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송파구 오금동 오금근린공원 내에는 국내 유일의 국제 규모 인라인 전용 하키장이 꽁꽁 숨어 있다. 오금공원은 인공 폭포와 작은 정자 등으로 꾸며져 있는 도심 속 자연친화적인 쉼터로 주변 곳곳에는 생활체육 시설물도 배치돼 있다. 그 중 한 곳이 인라인 전용 하키장이다.
그런데 이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공원 입구 쪽 팻말을 스쳐 지나친다면 첫 방문일 경우는 더욱 찾기 힘들다. 인라인하키 동호인구가 한창 증가세를 보이던 2005년 송파구는 약 11억원을 들여 공원 내에 관람석, 전광판, 조명탑 등을 갖춘 '제대로 된' 인라인하키 경기장을 준공했다.
개관 당시만 해도 이용객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주말과 평일 저녁 정도만 이용객이 몰릴 뿐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돼 최근엔 이 경기장을 폐쇄하고 다른 시설물을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경기장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한 해 두 해 추억과 열정을 쌓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인라인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태릉선수촌?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다. 훈련비? 그런 건 받아본 적 없다. 하루 24시간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라는 다그침도 없다. 각자 생활 전선에서 밥벌이를 하고 난 뒤 해가 지고도 한참 지난 저녁 8시 이후부터 비로소 이들 선수들은 일상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꿈틀거리는 욕망을 채운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들로 꾸며진 인라인하키 국가대표
생활체육으로서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동호인이 늘고 있는 인라인하키는 아이스하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경기시간과 룰은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스틱을 이용해 퍽을 골인시켜 승부를 낸다는 점은 똑같다.
해마다 열리는 세계 인라인하키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는 KRSF(대한인라인연맹)이 주관하는 동호인대회를 통해 선발되는데 매년 태극마크를 차지하는 소수정예는 정해져 있는 편이다. 그만큼 일반인과 비교해 탁월한 실력을 갖춘 이들로 대표팀이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예전에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했던 전직 선수출신들로 당연히 일반 동호인과는 현격한 기량차이를 보인다.
생활인, 그리고 국가대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길영 코치(35)도 직업은 따로 있다. 성인 아마츄어 아이스하키팀 지도자이며 KRSF 소속으로 마케팅도 담당하고 있다.
"저처럼 선수들도 아이스하키 감독이나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이스하키에 대한 미련을 인라인하키로 풀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거죠.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스틱을 다루는 기술이나 몸놀림에서 차이가 나요.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이번이 세계선수권대회 4번째 출전이라는 주장 신은수(30, 플라이어스)도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으로 2004년 강원랜드 창단멤버로서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경력도 갖고 있다. 지금은 가업을 이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아이스하키보다 속도감은 떨어지지만 인라인하키 만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에 푹 빠졌다"며 직접 해봐야 그 느낌을 알 것 이라고 했다.
대회출전 준비에 애로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봇물 터지듯 말문을 열었다. "모두가 생업이 있기 때문에 매일 모이지 못해 훈련이 부족한 편이죠.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죠. 그런데 문제는 날씨에요. 비라도 내리면 그날은 연습을 할 수 없어요. 날씨에 따라 스케줄이 변동되기 때문에 그게 가장 힘들어요. 경기장 위에 천막이라도 치면 될 텐데...그것도 쉽지 않고 너무 아쉬울 따름이죠."
한국 인라인하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혹여 오늘 비 소식이라도 있으면 큰일인데...' 최근 김차곤 감독 이하 선수단은 장마가 찾아오진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5일부터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개최되는 '2009 제15회 세계 인라인하키 선수권대회' 출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훈련량이 부족한 터에 날씨마저 말썽을 일으키면 모두의 가슴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선수권에 2003년 첫 출전한 이후 7년째 참가하고 있는데 올해도 임원 2명과 10명의 선수단이 파견될 예정이다. 첫 출전 당시만 해도 참가 경비는 모두 선수 개인이 부담했다. 저마다 큰 무대를 경험하고자 하는 욕심이 금전적인 부담감을 뒤로 한 채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연맹의 지원이 조금씩 늘어났고 지금은 선수가 부담하는 경비는 없다.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좋아진 거죠. 내 돈 들여가며 출전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말이죠. 2007년 8강에 진출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작년엔 12위를 했지만 올해는 멤버도 괜찮고 8강 그 이상을 바라보고 갑니다."
7년 연속 참가 중인 탁성현(32, 리버티)은 작년부터는 플레잉코치 자격으로 대회에 나선다. "아마도 저로선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나이도 많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죠. 그동안 턱없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함께 해주고 따라주었던 모든 선수들에게 고마워요. 누가 시킨다고 이렇게 하겠어요? 모두가 열정 하나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거죠."
이번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총 18개국이 참가해 5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간 열린다. 대표팀은 4일 오전 이탈리아 밀라노행 비행기에 오른다.
자세한 기사는 http://joy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menu=702500&g_serial=426304
모든 선수들 모쪼록 최선을 다해, 좋은성적 거두고오시고, 다치지않게 안전하키하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