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리그가 내 꿈…김치 못먹어도 참을래요”

by HockEy DaDDy posted Dec 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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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상, 영국 아이스하키리그서 맹활약
국내 편한 생활 뿌리치고 연봉 삭감·극한경쟁 감수
데뷔 첫 시즌서 4골3도움
“무모한 도전인줄 알지만 돈보다는 경력을 쌓겠다”
  

“무모한 도전이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박우상(26)이 유럽행을 택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안양 한라를 한·중·일 아시아리그 챔피언에 올려놓은 박우상은 올 시즌 개막 전 한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난달 1일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영국 엘리트아이스하키리그(EIHL)의 코번트리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연봉은 되레 깎였다. 공동숙소에서 김치, 마늘 냄새를 풍길까봐 한국 요리는 입에도 못 대고 있다.

한라에 남았더라면 더 많은 연봉에 편한 생활이 보장됐을 텐데, 대체 무엇이 그를 낯선 곳으로 이끌었을까. 14일 현재 데뷔 시즌 10경기 4골 3도움.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는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는 통념은 박우상에 의해 깨지고 있다. 13일 밤 훈련이 끝난 뒤 쉬고 있는 박우상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영국 아이스하키 리그는 국내 아이스하키팬들에겐 다소 낯설다.

“총 10팀이 있는데 상위 4팀과 나머지 하위 팀 간에 실력차가 난다. 내가 속한 코번트리는 현재 4위에 올라 있다. 물론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보다는 떨어지지만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나 유럽의 톱리그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이 경기흐름을 잘 읽고, 때론 북미리그 이상으로 거칠고 과격할 때도 있다.”

-영국 진출을 놓고 현실을 모르는 결정이라는 시선도 있다.

“잘 안다. 한라에서 뛸 때보다 연봉도 적게 받는다. 하지만 스틱을 잡기 시작하면서 품어온 해외 진출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솔직히 돈보다는 경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더 큰 무대를 꿈꾸고 있나?

“물론이다. 지금 바로 북미리그로 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다. 현재 1차 목표는 이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북미리그 산하 마이너리그인 아메리칸아이스하키리그(AHL)로 가는 것이다.”
-자신 있나?

“아직까지 한국 선수 중에 아메리칸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없다. 작년 여름, 그곳 스프링필드 팰컨스로부터 공식 제안이 들어왔지만 막판에 틀어졌다. 너무 아쉬웠고 지금도 미련이 남는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 무대 첫 시즌 10경기에 4골3도움은 괜찮은 성적인데.

“한라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팀을 찾는 과정에 한라의 도움으로 연습을 꾸준히 했다.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봐야 안다. 여기도 다른 리그와 마찬가지로 부진하면 곧바로 퇴출이다. 유럽 프로 무대는 더 냉정하다.”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무엇이 힘든가?

“한국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한집에서 3명이 함께 살고 있는데 마늘이나 김치 냄새가 날까봐 한국 요리를 못하고 있다.”

-팀 선수들과 의사소통 등 불협화음은 없나?

“고등학교 때 캐나다에서 뛴 경험이 있다. 한라 시절에도 외국 선수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서 그다지 큰 문제는 없다.”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장기적 꿈은?

“은퇴 이후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기술뿐만 아니라 후배 선수들의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주는 따뜻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있다면 칭찬을 해주는 지도자를 사랑하고 따른다는 것이다.”

-평소 존경하는 선수가 있다면?

“북미리그 디트로이트 레드윙스에서만 22시즌을 뛴 스티브 아이저먼이다. ‘리더십의 상징’으로 불리며 팬들과 동료들에게 큰 존중을 받았던 인물이다. 정글같은 북미리그에서 그리 크지 않은 체구로 여유있게 퍽을 움직인 점에서 최고의 찬사를 주고 싶다. 지금은 탬파베이의 단장으로 지내고 있다.”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자.’ 박우상의 좌우명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모한 도전”이라며 핀잔을 받을지언정, 즐기면서 운동한다면 그걸로 대만족이다. 아니 이것이 박우상의 진짜 꿈인지도 모른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사진 안양 한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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