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아이스하키 0:10 완패, 빙판서 만난 北은 차가웠다

by Linus Wonil posted Feb 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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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시 미사와빙상장. 제5회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남과 북의 여자아이스하키가 사상 첫 맞대결을 펼쳤다.
개막식에서 극적인 공동 입장을 성사시킨 ‘코리아’의 ‘단합된 모습’은 이날 찾아보기 힘들었다. 본부석 맞은편 관중석에는 민단 응원단 100여명, 조총련 응원단 100여명이 각각 자리잡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 직전 주장끼리 기념품을 교환할 때 한국 선수들이 악수를 청하려 다가갔지만 북한 선수들은 이를 외면했다.

이날 최대 관심은 지난 99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황보영(黃甫永·24). 92~97년 김책제철체육단 소속으로 뛸 때 한솥밥을 먹었던 7명의 옛 친구들과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상황에서 맞붙기 때문이었다.

경기 시작 1분8초 만에 첫 골을 터뜨린 선수는 황보영과 종성신흥고등중학 6년을 같이 다닌 단짝 신정란. 북한선수와 숙소가 같았지만 황보영은 경기 전까지 한번도 신정란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배신자라고 외면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은 여중생 골키퍼 마상희(15·선현중)가 10여개의 결정적인 슛을 막아냈지만 현격한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0대10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경기 후 인사를 나누는 시간. 하지만 한국선수들과 가볍게 손을 마주치던 북한 선수들은 맨 뒤에서 손을 내밀던 황보영 앞에서는 일제히 손을 뒤로 빼며 외면했다. 앞쪽에 있던 신정란도 마찬가지였다. 황보영은 생일을 맞은 신정란에게 주려고 포장해 놓은 내의도 결국 주지 못했다. 황보영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나와 부딪친 북한선수가 파울을 당해 나가면서 내게 욕을 해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며 “내 손을 외면하던 그들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못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조선일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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