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공방만 오가던 1피리어드 4분50초. 로시뇰 골크리스 오른쪽에서 찬스가 생겼다.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퍽을 벼락같이 내려쳤다. 골리(골키퍼)를 맞고 떨어진 퍽을 다시 한번 슛. 퍽은 골문 왼쪽 상단에 정확하게 꽂혔다.
올해 출범한 세미프로 인라인하키리그 공식 1호골 주인공이 탄생했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 윤국일(29·딥스)은 어린이날인 5일 인천 동막경기장에서 열린 ‘2003스포츠투데이 세미프로 인라인하키리그(KHL)’ 개막전에서 리그 1호골을 포함해 혼자 4골을 뽑아냈다. 덕분에 딥스는 로시뇰에 8-2로 대승. 윤국일은 스타탄생을 예고하며 출범 첫해 득점왕을 향한 첫걸음을 순조롭게 내디뎠다.
윤국일의 기량은 단연 돋보였다. 폭발적인 스피드,군더더기 없는 드리블링과 절묘한 페인팅 동작에 이은 슈팅은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했다. 6차례 맞은 찬스에서 4골을 성공시킬 만큼 득점력이 뛰어났다. 특히 2·3피리어드에서 각각 한 차례씩 맞은 1대1 단독 찬스에서의 골결정력은 탁월했다. 미묘한 움직임과 눈빛으로 골리를 현혹시킨 후 골문 안에 퍽을 날려 넣었다.
신기하게도 윤국일은 인라인하키 경험이 전무하다. 인라인하키용 스케이트가 집에 있지만 한 번도 신어보지 않았다. 개막전 전날 팀훈련 때 처음 신었고 이때 처음 연습경기를 했다. 당연히 스케이팅과 퍽감각이 익숙지 않았다. 그는 “바닥과 마찰이 많아 아이스하키보다 스피드가 덜 난다. 퍽도 가벼워 슛을 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스링크와 비교도 안 되는 더운 날씨 탓에 1피리어드 후에는 아예 언더셔츠까지 벗어던지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더 크다”며 “경기 후 체중이 1.5㎏이나 빠졌다”고 덧붙였다. 넘어지면서 무릎 쪽에 가벼운 화상을 입는 등 수난도 당했다. 그럼에도 윤국일은 빠르게 적응했고 걸출한 플레이까지 선보였다.
윤국일은 벌써 인라인하키의 매력에 쏙 빠졌다. 그는 “하키 고유의 컨디션을 유지해나가는 데 최상의 운동이다. 또 붐이 일고 있는 인라인하키 세미프로 선수로 뛰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즐거운 일”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여름에는 인라인,겨울에는 아이스하키어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한편 이어 벌어진 개막 제2경기 롤캅-바우어나이키전은 바우어나이키가 이규원 이길영 등의 활약에 힘입어 11-5로 크게 이겼다.
/동막(인천)=양한우 yanoo@sportstoday.co.kr
/사진=이재하
■ 윤국일 프로필
▲나이=29세(74년생)
▲체격=176㎝·80㎏
▲아이스하키 시작=초등학교 1년(81년)
▲계기=부친이 아이스하키 경기인 출신
▲주요경력=연세대-현대 오일뱅커스(97년 입단),주니어·유니버시아드·98아시안게임 국가대표,2001코리안리그 챔피언전 베스트플레이어상
▲개인 홈페이지=http://hockey.x-y.net
-자료출처 스포츠 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