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ers' 하늘을 날다
대한민국 최초 장애인 인라인하키팀 'Flyers' 이규원 감독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다목적 경기장. 조명이 밝자 코트 위로 등장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비장하다. 헬멧을 비롯해 각종 보호 장비를 갖춰 입은 당당함이 흡사 전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두 손에 꼭 쥔 하키스틱. 매주 금요일 저녁 이곳에서는 대한민국 최초 장애인 인라인하키팀 ‘Flyers' 의 훈련이 있다.



  



"장비 갖춰 입는 것만 꼬박 1년 이상이 걸렸어요. 하나 입혀 놓으면 하나 벗어 던지는 식이었죠. 요즘에도 옆에서 도와줘야 하긴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입으려고도 하고 어떻게 입어야 하는 지도 알아요. 많이 발전했죠.”

‘Flyers' 의 감독 이규원씨는 전직 국가대표 인라인하키 선수이자 현재 국가대표 인라인하키팀 감독이다. 이 감독이 장애 아이들에게 인라인하키를 가르친 지도 벌써 4년째. 그는 매주 금요일 두 시간 씩 무료 강습을 하고 있다.


  

“특수체육을 하는 분의 권유가 있었어요. 상업적으로 제안을 하신 거죠. 하지만 그분에게 제가 다시 제안을 했어요. 좋은 의미로 시작하는 거면 무료교육을 하자고. 기술가지고 돈 버는 거였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분과는 뜻이 안 맞아 저 혼자 시작을 했고요.”

현재 ‘Flyers' 에 참여하는 장애우들의 수는 총 10명.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정신지체를 앓는 친구들이 모여 있다. 정신지체 특성상 비슷한 성향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을 다루는 것부터가 힘들 것 같았다.

“하키가 보호장비를 많이 착용하는 운동이잖아요. 그래서 때리면 소리는 크지만 장비 때문에 아프진 않거든요. 그래서 매를 들었어요. 하키 스틱으로 보호장비를 때린 거죠. 그게 통했어요. 소리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 주변 정리까지 되더라고요.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아이들도 점차 모이게 되고 가르치는 것에도 제법 응할 줄 알아요.”

경기에 대한 지식은커녕 경기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도 수년이 걸린 ‘Flyers'. 4년이란 시간을 꾸려오면서 키워 온 연대감이 지금은 어느덧 익숙하지만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좋은 일 하자는 순수한 취지로 열심히 가르치고 매달렸지만 그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을 못 알아보는 아이들이 섭섭했단다. 그래도 요즘에는 “감독님, 감독님” 하고 따르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기만 하다고.

“훈련이 끝나면 아이들을 일렬로 세워서 파이팅을 하고 인사를 해요. 아이들을 중앙선 라인에 일렬로 세워놓는 것만도 2년 걸렸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걸 해요. 아이들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일반 사회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 거에요.”


  

이 감독과 아이들이 만나는 시간은 한편 어머니들의 자유시간이기도 하다. 요즘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동준이의 경우 시시각각 아이에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에 있어 경기장 안에 있는 시간만큼은 마음이 편하다는 동준 어머니이다.

“탁 트인 곳에서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아요. 돌발행동이 많아서 신경을 많이 써야하거든요. 아이들이 경기장 안에 들어가면 그동안만큼은 엄마들도 쉴 수 있으니까. 아이들도 많이 움직이다 보니까 활동적이게 되고 좋아해요”

“치료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가보면 대부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죠. 하지만 인라인하키는 그룹으로 해야 하잖아요. 사회성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죠.” (현민 어머니)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이천에 위치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이다. 이곳도 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에 한해 훈련이 진행되므로 일반 장애인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전무하다. 각 지역 기관에서 장애인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지만 활성화 된 곳도 거의 없다. 특히 인라인하키의  경우 더욱 절실한 상태. 다행스럽게도 송파구에서는 경기장 대관료 및 기타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Flyers'의 활동을 돕고 있다.

“지속적인 지원이 가장 절실하죠. 치료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가보면 어린 아이들 위주라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갈만한 곳이 없어요. 우리 아이들은 배우는 기간도 길어요. 홀로서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이 필요한데 비용적인 부분도 그렇고 힘든 면이 많죠.” (정효 어머니)

“무료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가보면 기간이 짧아서 남는 게 없어요. 아이가 음악에 관심을 보여서 음악시설에 2년을 다녔는데 그 기간 끝나고 나서 보니까 ‘도’ 밖에 모르는 거예요. 저는 애를 데리고 부천까지 다녔어요. 지원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요.” (동준 어머니)

봉사 차원에서 훈련을 지휘하는 이규원 감독도 지원을 바라기는 마찬가지. 재정적인 여건 때문에 중간에 운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생겨나며 여러 번 팀이 없어 질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때 큰 힘이 되어준 것이 ‘행복나눔 생활체육교실’ 프로그램이다. 현재 국민생활체육회에서 불우 청소년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체육종목 9개를 선정해 종목당 3개소를 지원한다. 강사 비용과 교구 등을 비롯해 교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일정부분 지원해 주는 것. 하지만 사업 선정에 있어 해마다 사업소가 바뀌어야 하고 지원 기간도 통상적으로 세 달 남짓밖에 되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Flyers' 의 경우 그 기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지원 기준 또한 마찬가지로 장애인이 불우 청소년과 소외계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기관마다 퇴짜를 맞은 것도 여러 번이다.




  




“어려운 시기에 지원해 주신 국민생활체육회에 감사하죠. 많이 활성화 됐으니까요. 그래도 안타까운 건 작년 행복나눔 사업이 진행됐을 때 아이들이 20명까지 있었어요. 지원이 끊기면서 반으로 줄어든 거죠. 일부 아이들은 일반 팀에 넣어도 될 만큼 실력이 향상됐어요. 체계만 잘 갖춰지면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큰데 그게 유지가 안 되어서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아쉽기만 해요.”



본인이 가진 기술을 활용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쁨이라는 이 감독의 말이 절절하다. 4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금요일 저녁을 맞았을 그의 열정에 순정이 묻어난다.

“훈련 끝나면 어머님들이 ‘고맙습니다’ 이러세요. 이 인사가 엄청 와 닿았어요. 일반인들은 보통 ‘수고하세요’ 하시거든요. 저희를 믿어주시고 고마워해 주시는 부분이 물질적인 것보다도 더 커요. 다른데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잖아요.”

사소한 것에도 큰 감동을 느낄 줄 아는 그의 바람은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배양시켜 주는 것. 지금까지 가져왔던 책임감에 ‘꿈’을 하나 얹는다.

“저는 보여요. 꾸준히 오래 한 아이들일수록 나아지는 게요. 우리가 이 아이들을 발전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줄 거예요. 일반인 팀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 할 거고요.”

대한민국 최초 장애인 인라인하키팀 ‘Flyers'.
이 팀이 가진 타이틀은 앞으로도 길겠지만 우리는 이들이 도약을 위해 잠재한 순수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안다. 삶을 지탱하는 욕심 속에서 앞뒤를 다투며 경쟁하는 것만이 유일한 줄 아는 덧없음 속에 ‘목적’ 만을 갖고 ‘꾸준함’ 을 택한 이들을 응원하는 것 또한 다른 하나의 ‘즐거움’ 일 것이다. '나눔' 이라는 건 내민 손을 맞잡았을 때 느끼는 따뜻함일 것이다. 'Flyers' 라는 이름처럼 이들이 경기장을 하늘 삼아 자유롭게 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이지은 기자 (sports@hellospo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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