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유치? 아이스하키 무시 말라
김형일의 [파워플레이]
오는 7월 4일 과테말라 IOC 총회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개최지가 결정된다. 앞으로 약 5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동계올림픽 유치 재수에 나선 평창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소치(러시아)와 치열한 유치경쟁을 하고 있다.
이번 2014 동계올림픽대회 유치 경쟁은 특히 치열하다. 경쟁 도시인 잘츠부르크와 소치가 국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유치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잘츠부르크의 경우 지난 2010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마지막 세 도시 중 먼저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물러설수 없다는 의지.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는 캐나다 밴쿠버로 돌아갔다. 당시 평창은 당시 평창은 1차투표에서 51-40-16이라는 압도적 우세로 밴쿠버와 잘츠부르크를 제쳤지만 결선투표에서 56-53으로 밴쿠버에 패해 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됐다.
평창은 지난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한번 철저히 검토, 유치에 힘을 써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패배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당시 밴쿠버가 막판에 평창을 제치고 역전에 성공한 큰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독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동계올림픽을 대표하는 종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스키? 천만의 말씀이다.
바로 아이스하키다.
밴쿠버는 아이스하키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렸기에 평창을 누를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마 한국에서는 많이 모를 것이다.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정과 실력이 아이스하키 인기가 높은 북미와 유럽 국가들의 마음을 끌었다.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에서 유일하게 프로스타들이 출전하는 팀 경기다. 자국을 대표하는 프로스타들이 출전하다보니 당연히 동계스포츠 인기가 높은 모든 나라의 최대 관심사가 된다. 특히 올림픽 기간 동안 NHL 리그가 일시 중단되기 때문에 각 국가는 진정한 의미의 최강팀을 내보낼 수 있다. 당연히 전세계 팬들의 관심도 쏠릴 수 밖에 없고 동계올림픽 흥행의 최대 주인공이 된다.
우선 밴쿠버를 보자.
밴쿠버의 승리에 있어서 여러가지로 해석할수 있다. 우선 타고난 아름다운 자연이 그 우선.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주의 록키산맥에 자리잡은 휘슬러는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최고의 스키 리조트.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오는 듯한 아름다운 산맥에 둘러싸인 최고급 시설의 스키리조트는 매해 많은 세계인들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밴쿠버의 기본 세트다. 진짜는 바로 다음에 있다.
밴쿠버에는 NHL, (북미아이스하키리그) 팀이 있다. 바로 밴쿠버 커낙스다. 1945년 창단된 이들은 1970년 정식으로 ‘밴쿠버 커낙스’라는 이름으로 개명되며 지금까지 캐나다 서부의 명문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0 유치 계획 당시 커낙스의 모체(Owner)는 억만장자 존 맥커가 소유하고 있는 오카 배이(Orca Bay)라는 회사였다. 밴쿠버는 바로 이 점을 최대한으로 살렸다. 밴쿠버는 정부, 올림픽 주최위원회와 밴쿠버 커낙스, 오카 베이사가 모두 모여 2010 동계올림픽 유치에 머리를 굴리고 온 힘을 쏟았다.
특히 밴쿠버 커넉스의 홈구장 제너럴 모터 플레이스(G.M. Place)는 지난 95년 지어진 최첨단 신식 아이스하키장 구장으로 18,630명을 수용할수 있는 아름다운 구장이다. 이 구장은 커낙스 홈구장은 물론, 2010을 겨냥해 지어진 것이다. 캐나다와 한국의 아이스하키 인기와 기반은 말그대로 하늘과 땅차이다
평창과 밴쿠버의 마지막 투표날 당시, 밴쿠버 G.M Place 구장에서는 18,630명의 밴쿠버 시민들이 몰린 이 아름다운 구장 안에서 환호하며 투표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면 같은 시각, 강원도 평창에서는 평창 주민들이 야산에 탠트와 돗자리를 깔아놓고 결과를 기다리다 패배의 쓴맛을 봤다. 아쉽지만 당장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동계스포츠 전용체육관이 있고, 없고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투표결과 직후 밴쿠버와 평창의 그 대조적인 반응은 지금도 잊을수 없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의 하키인들은 예상됐던 결과였다.
게임이 안되는 것이다. 기회는 철저히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체육계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 하지만 정작 올림픽 주최의 중요한 핵심인 동계스포츠, 아이스하키 기량 발전에는 크게 신경쓰지 못했다. 특히 동계올림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스하키에 대해 소홀했던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
한국은 아이스하키를 무시했다. 그 결과 밴쿠버에 보기 좋게 패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개의 프로팀이 있다. 바로 강원랜드와 안양한라. 9월에는 새로운 팀이 또 합류되어 이제 겨우 3팀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아이스하키에 좀더 신경을 썼다면 지금처럼 2팀만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벌써 최소 6팀은 창단되었어야 한다. 또한 평창에 현재 신설된 하키장은 각각 10,000석과 6,000석이다. 이 역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저변이 열악하다보니 좋은 성적이 날리가 없다. 이번 동계유니버시아드 아이스하키 대표팀이1차전 슬로바키아 0-13으로 완패, 2차전 러시아 0-8로 완패, 3차전도 캐나다에 0-14로 완패를 당해서 3경기 연속 무득점 대패배를 당했다. 3경기를 합해서 무득점 35골 허용이다. 장춘 동계올림픽에서는 숙적 일본에게 역시 0-3으로 패했다. 다행히도 중국에 5-3으로 이겼지만 다음 상대였던 카자스탄에게 1-8로 패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결과는 아예 언급하지 않겠다)
이런 경기 내용을 보면 무엇을 느끼는가? 축구와 야구에서 일본에 지면 안되고 아이스하키는 괜찮다는 것인가? 캐나다에 0-14로 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특히 축구에서 쌓아놓은 한국의 이미지를 아이스하키에서 실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한가지 우리가 알아야 하는 사실은 국내에서 보도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아이스하키가 크게 보도된다는 사실이다.
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2014년, 해외의 선수들을 귀화시키고 ‘땜방’하는, ‘그때 뿐’이라는 식의 계획이라면 아예 지금부터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한국의 경우 열악한 상황임에도 안양 한라의 송동환 김한성 박성민, 강원랜드의 김규헌, 연세대의 김기성과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다. 그만큼 여건이 좋아지면 충분히 급속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아이스하키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스피드, 피겨스케이팅의 화려함, 축구의 통쾌한 골, 그리고 미식축구의 박진감 넘치는 바디체킹이 하나로 합쳐진 종합스포츠다. 시속 50km가 넘는 스케이팅 속도와 130km를 상회하는 퍽 스피드, 선수들의 육중한 몸이 육탄으로 부딪히는 아이스하키야 말로 진정한 남성의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이스하키는 멋있는 스포츠다. 또한 다이나믹하며 쿨하다. 엄청난 스피드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에도 맞는다. 하지만 왜 아직까지 비인기종목인지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천문학적인 숫자로 축구에 투자한 것에 10분의 1만 아이스하키에 투자해도 지금 같은 현실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 5개월 남았다. 정부와 KOC,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비롯해 2 프로팀들이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미래의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작 어떤 종목이 동계올림픽 개최에 정말 기여를 하는지 파악하고 힘을 쏟아야 한다.
땅을 치고 울어도 나중에는 이미 늦는다. 설상 개최가 된다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는 철저한 준비로 세계인들을 맞을 준비를 할 필요성이 있다.
김형일 NHL 전문기자 (SBS스포츠 NHL 해설위원)